
롱블랙 프렌즈 K
9월이 시작되는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가 뭘지 오래 고민했습니다. 하루를 설계하는 팁, 기분 좋은 동기부여, 번뜩이는 아이디어 떠올리는 법들을 생각해 봤죠.
고민 끝에 택한 건,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응급실 의사’ 이야기였습니다.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을 늘 맞닥뜨려야 하는 이들은 어떤 마음으로 사는지 알고 싶었어요.
새 출발하기 좋은 오늘, 17년째 응급실에서 일한 이의 생각을 전해 보려 합니다. 남궁인 의사를 정시우 작가가 만났어요.

정시우 작가
한 환자가 토사물을 뿜어내며 응급실로 실려 옵니다. 최근 변비가 심했던 환자는 대장 내시경을 받기로 하고 설사약(하제) 4L를 들이킨 상태였죠.
문제는 이제부터.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가스가 가득 차서 장이 심각하게 부풀어 있었어요. 장이 막히자, 하제는 밑으로 내려갈 수 없었죠. 환자는 검은 구토를 시작합니다. 그 정체는… ‘똥’이었어요. 맙소사, 입으로 똥이 역류할 수 있다니!
이 에피소드를 기록한 건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 남궁인. 이를 통해 그는 “인체의 소화관은 약 6.5미터 길이의 물 샐 틈 없는 유연한 파이프”라는 걸 명징하게 알렸어요. 최근 출간한 『몸, 내 안의 우주』에서 그는 우리 몸을 하나의 거대한 우주처럼 해부했습니다. 드라마틱한 사연과 함께요.